택배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파트가 배달하기 편한 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배달하기 가장 안 좋은 곳이 아파트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그 이유를 말해보겠습니다

 

1. 사람들이 잘 없다

혼자 살든, 맞벌이든, 부부든, 도우미가 있든, 일단 가면 사람이 안 나옵니다

그 이유를 보자면 일단 부부들은 맞벌이라 모두 직장에 갑니다. 혹 아니더라도 바쁜지 집에 잘 없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도 요즘은 밖에 잘 돌아다닙니다. 집에 잘 없어요

그래서 50% 배달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대부분 문 앞이나 경비실에 둡니다

어떤 사람은 그냥 올라가지 말고 경비실에 두라고도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직접 배달이 원칙이라 일단 올라가서 초인종이라도 눌러봐야 합니다

게다가 경비 아저씨들은 택배 쌓아두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안 올라가도 그냥 놔뒀다가 싸우시는 기사분들과 경비분들을 여러 번 봤습니다. 괜히 감정 상할 일 없으려면 그냥 올라가야죠

없으면 없다고 미리 문자를 주던가, 배송 메시지 같은 곳에 어디 두라고 적어두면 좋을 텐데 그런 게 없으니 일일이 올라가서 다시 그대로 들고 내려오면 정말 피곤합니다

 

2.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게 힘들다

엘리베이터는 시간 잡아먹는 주범입니다

택배는 시간과의 싸움이라 1개당 3분 안으로 배달을 해야 합니다 즉 1시간에 20개 배달하는 게 최소 요구량이죠(이렇게 7시간 150개를 배달해야 먹고살만함. 단, CJ택배 제외)

그런데 아파트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거려서 엘리베이터가 멈추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1개 배달하고 기다리고 그러면 시간이 너무 아깝죠

3. 택배를 시키는 사람이 그다지 없다(단, CJ 택배 제외)

배달을 하면 은근히 택배가 많이 안 나옵니다

15층짜리 90세대가 사는 곳에서 2~10개가 나옵니다. 1개의 동에서 1개 나올 때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이 있으니 어떨 때는 1개 배달하는데 10분이 걸릴 때도 있었습니다

 

4. 주소 오류가 너무 많다

일단 보내는 곳에서 주소를 잘못 적어서 보냅니다. 이게 아파트 쪽에 오는 게 많이 그럽니다

101동을 102동이라고 적지 않나, 7층을 10층으로 알아듣고 적지 않나..  또 보험사나 선물 보내는 쪽에서 이사 간 것도 모르고 보내기도 합니다

전화해서 이사 갔냐고 물어보면 몇 년 전인데 아직도 거기로 오냐고 오히려 놀라기도 하죠

택배기사는 주소 틀리다고 무조건 반송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받으시는 분들께 전화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받는 사람이 다르다면 일단 전화해야 하는데, 앉아서 전화하면 기본적으로 10분은 훌쩍 지나가죠. 게다가 먹는 건데 전화도 안 받으면 정말 속에서 열불이 나요

 

5. 클레임 전화가 많다

배달하다가 전화가 오면 80%는 아파트 지역에서 배달한 것입니다

 1 차가 나가야 되는데 여기다 주차하면 어떻게 하느냐? 반대로 주차해야 되는데 여기다 주차하면 어떻게 하느냐? (배달차를 위한 공간이 없어서...)

 2 집에 사람이 있었는데 왜 경비실에 놔뒀느냐? (초인종 눌러도 답이 없었습니다)

 3 왜 문 앞에 놔뒀느냐? 경비실에 놔둬달라 (쌀이라 놔뒀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서 경비실에 뒀습니다)

 4 아이가 있는데 초인종을 누르면 어떻게 하느냐? (아이가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아는지...)

 5 이사간지가 언젠데 왜 거기로 배달했느냐? (전 써져 있는 데로 배달한 죄 밖에 없는데...)

 6 우리는 o동 o 호인데 왜 다른 호수로 배달했느냐? (보내는 측에서 잘못 쓴걸 왜 저한테...)

 등등 정말 쓰다 보니 제가 맺힌 게 많은 것 같네요...

 

위의 사항은 저에게 해당되는 것입니다

저는 도시에 살고, 아직 젊어서 뛰어다닐 힘이 있고, 빨리 끝내고 집에서 여가 생활을 보내고 싶은 청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막내나 노인분들이 하는 걸 보면 아파트는 나이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좋은 지역은 아닙니다)

그런 저에게 아파트 지역은 정말 가기 싫은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가 배달하기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 택배 기사의 고통을 알고 어디에 두라고 미리미리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배송 메시지나 주소 입력란에 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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