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2편입니다
택배 조직도
일단 택배일을 하면서 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조직들입니다
먼저 이름을 빌려주는 씨제이 같은 택배회사가 있습니다
그 밑에 각 지역마다 택배 배달을 맡은 대리점이 있습니다(대리점 사장을 보통 소장이라고 부릅니다)
이 대리점 소속으로 택배기사들이 모여서 물건 분류를 하고 배달을 하죠
편의점을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세O 일레븐 같은 편의점 이름이 있고, 동네마다 편의점이 있죠
이 편의점은 세O 일레븐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이름을 빌리는 개인사업자입니다
그리고 이 편의점에서 알바를 쓰죠. 이 알바가 택배기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바와 다른 점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를 낸 사장이라는 거네요
(단, 말이 사장이지 취급은 알바생이랑 같습니다)
지입회사란?
알바OO에서 우체국 택배 모집공고를 냈던 곳은 지입회사였습니다
지입회사에 대해서 택배기사의 입장에서 말해보겠습니다(다른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운수회사, 물류회사, 지입회사 등 여러 이름들이 있는데 제가 보기엔 통틀어 지입회사입니다
제가 파악한 지입회사는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지입회사는 영업용 번호판을 빌려주는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화물차로 물류운송을 하면서 돈을 벌려면,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합니다
일반 자가용의 흰색 번호판과는 달리, 이건 노란색이죠
따라서 영업용 번호판 없이, 택배 배달을 하면 불법이 되고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업용 번호판이 개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영업용 번호판을 돈 주고 사야 되는 문제가 발생했고(당시 2000만 원)
이게 감당이 안되니까 지입회사에서 한 달 렌트값을 주고 번호판을 빌리는 거죠
지입사기란?
근데 이 지입회사가 택배기사 알선에도 관여하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넷에 모집공고를 올리며 택배회사 대리점과 연결시켜 주는 거죠
일종의 인력파견업체인 겁니다
아시겠나요?
결국 지입회사는 택배산업과는 상관없는 중간에 있는 인력파견 역할만 하는 겁니다
하는 일이 없어요
그리고 정작 저한테는 영업용 번호판도 안 줬습니다
왜냐하면 지입회사에도 번호판 개수가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흰색이라도 택배차로 배달은 가능했거든요
(불법이지만 사람이 안 그래도 너무 부족한데, 번호판 따지면서 고용하면 과로로 사람들 죽었을 거예요...)
제가 당시에 갔던 회사는 물류회사란 간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저는 '물류'라는 말을 보고 택배사업을 같이 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 이 회사는 아무 일도 안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대충 지입사기에 대해 감이 오시나요?
1편에서 저는 지입회사에서 차를 사고(약 2400만 원), 택배 배달을 했다고 썼습니다
이 차는 무옵션 수동차로 시세는 약 1200만 원, 사제 탑을 올리는 비용 약 500만 원이었습니다
즉 700만이라는 돈이 어떤 비용 인지도 모른 채 회사가 꿀꺽한 겁니다(주의 : 이건 예상입니다)
거의 수고비, 알선비 명목이죠
처음엔 단순히 차가 2400만 원인 줄 알았는데,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금액이 달랐습니다(제 아는 분은 1500만 원??으로 오토인 택배차량을 뽑았습니다)
이렇게 몇 백만 원을 받았으면서, 하는 일은 없다...
사기라는 말이 나오기는 충분하죠
현재 상황
요즘은 '지입사기'라는 말이 많이 퍼지면서 조심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게다가 현재는 정부가 택배차에 대해서 택배 전용 영업용 '배' 번호판을 계속적으로 허가해 주면서
영업용 번호판을 빌려야 되는 지입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번호판을 빌려서 지입회사에 매달 돈을 줘야 되는 일은 없어졌죠
그런데도 제가 왜 경험담을 이야기하느냐...
그건 아직도 택배일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 분들은 지입회사를 통해 택배일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으로 알 수 있는 통로가 지입회사가 올리는 모집공고 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인터넷 모집공고를 보면 택배 대리점이 직접 뽑는 건지, 지입회사인지 헷갈립니다
(지입회사는 모집공고를 올릴 때 자기들이 지입이라고 안 씁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모집공고를 보고 택배회사가 직접 뽑는 줄 알고 가서 차 사고 택배를 시작할 거예요
실제로 얼마 전에도 제가 일하는 지역에 젊은 분이 필요 없는 비싼 냉동탑차를 3000만 원에 사고 택배를 한다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입회사에 대한 반박
1편에서 제가 들었던 5가지 말을 썼습니다
이걸 제가 한 번 반박해 보겠습니다
1. 자기들은 직원도 많고 여러 곳에서 일을 많이 한다
직원이 많아도 나한테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처음에 일하는 대리점에서 같은 회사 소속이라는 팀장이 있었는데, 팀장이 하는 말이 "넌 얼마 주고 왔냐? 너도 당했구나..."
2. 여기 급여명세서를 봐라. 월 1000만 원 버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있을지도 모른다. 몇 년 동안 일하면서 전설로 1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그것도 씨제이 택배에서)
하지만 실제로 월 300만 원이 평균인 것 같다
많이 벌어도 500만 원. 이게 대리점에서 상위에 들어가는 탑급이다
600~700 번다고 해도 거기서 나가는 돈이 많다
(부가세를 대리점에서 미리 떼서 주기도 하고, 사무실 빌리는 비용도 내라는 대리점도 있다)
(대리점마다 나가는 돈과 그 이유가 모두 다르다. 이건 소장 마음이다)
3. 사정이 딱하니 내가 일하는 곳 팀장한테 말해서 일하기 좋은 지역을 받을 수 있게 말해 놓겠다
애초에 택배 시작하는 사람들 보면 딱한 사정을 가진 사람은 많다
사업하다 망한 사람도 있고, 빚이 많은 사람도 있고, 신용불량자도 있다
게다가 회사에서 알선하는 대리점으로 가면 그 회사 사람들이 90%다
결국 있는 사람들이 나가지 않는 한, 내가 배달하기 편한 지역을 받는 일은 없다(억수로 운이 좋지 않은 이상)
4. 요즘 사람들이 택배를 많이 시켜서 한 번에 2~3개씩은 기본이다. 많아도 금방 일이 끝난다
일단 본인을 생각해 보자. 혹시 택배를 몇 개씩 시키는가?
회사에서는 상사 눈치 때문인지 개인적인 택배는 별로 안 시키더라(업무에 필요한 택배를 많이 시키는 곳은 있는데 그런 곳은 베테랑들이 전부 꿰찼다)
아파트도 씨제이가 아닌 이상 한 동에 10개 나오면 많이 나온 거다. 나는 3~5개씩 들고 15층 아파트를 올라간다(배달시간보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
여러 개 시키는 사람도 한 아파트에 2~3명이 전부..
5. 일단 자기 차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일단 일을 해도 월급이 나올 때까지는 한 달은 있어야 하니 우리가 3개월 동안은 대출이자를 대신 내주겠다
이건 정말 속았다..
3개월 동안 대출이자를 안 낸 건 맞다. 하지만 지입회사가 대신 내준 건 아니다
캐피탈 자체적으로 3개월 동안 무이자 기간이 있었다
결국 내가 모든 돈을 다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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