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택배를 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우체국 택배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나라에서 하는 것인 만큼 그만큼의 신뢰도가 있기 때문이죠
아마 다른 분도 그러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제가 몇년 동안 경험한 거에 의하면
우체국 택배기사가 다른 택배사보다 좋을까?라는 점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쓰기 편하게 우체국 택배기사를 위탁배달원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우체국 위탁배달원이 되면 좋은 장점은 3가지 입니다
1. 월급이 제 날짜에 나온다
2. 재계약 시 단가/수수료가 몇 십원 오른다
3. 집하/픽업을 안 하는 만큼 다른 택배사보다 빨리 끝난다
우체국 택배는 월급이 제 날짜(매달 10일)에 나옵니다
공공기관인만큼 미뤄지는 일이 절대 없죠
타 택배 대리점에서 영업이 어려울 때 월급이 몇 달씩 미뤄지는 경우가 있는 걸 생각하면 이건 정말 좋은 장점입니다
그리고 단가가 몇 십원이라도 오른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타 택배기사 들은 거의 고정된 단가로 계속 일하지만 우체국에서는 5원, 10원이라도 조금 오르죠
이렇게 좋은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우체국 택배가 최고냐고 물으면 저는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가지입니다
1. 업무강도가 세다
제가 느낀 바로는 우체국 택배는 친절하다, 빠르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고객만족도 1위'가 괜히 있는 게 아니죠
그 무게 위에서 우체국에서 일하는 위탁배달원들은 고객 요구에 최대한 응답해주려고 합니다
근데 이게 굉장히 스트레스죠
다른 택배기사가 문 앞에 놔두고 그냥 가는걸, 우체국 위탁배달원은 벨을 누르고 직접 전해주죠
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급하지만, 그렇다고 대충할 수 없으니 친절하게 해야 되고..
그렇다고 이 친절이 본인한테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고객만족도 1위'라고 선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과급이 있는 것도 아니죠
성과급은 공무원들이 챙기니 의미도 없고, 그래도 민원/클레임 걸리면 골치 아프니 친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 그리고 민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위탁배달원들은 민원을 무조건 처리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물건 못 받았다는 민원이면 찾거나 물어주면 되지만.
이외에도 불친절, 싸움, 경비실 보관 문제 등의 다양한 민원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민원을 위탁배달원들이 고객한테 부탁해가면서 해결한다고 하네요
2. 택배가 무겁다
애초에 우체국에서 위탁배달원을 쓰는 이유가 무거운 택배를 배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택배사업이 커지면서 택배 물건이 점점 무거워져 기존 오토바이론 배달이 안되니 차로 배달하는 위탁배달원을 쓰는 겁니다
그러니 우체국 쪽에선 위탁배달원은 당연히 무거운 걸 배달해야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150개를 가져나가도 80%는 쌀, 과일, 아이스박스고, 나머지는 옷이나 가전제품 같은 겁니다
3. 배달구역이 넓다
사실 우체국 자체의 택배는 많습니다
아마 CJ택배만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편을 배달하는 집배원들과 같이 택배를 배달하기 때문에 그만큼 덜 하게 되죠
그리고 덜한 만큼 구역을 넓혀서 배달을 하게 됩니다. 먹고살기 위해서요
아무래도 CJ, 롯데, 한진 같은 택배사보다 배달구역이 넓은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4. 내년에 단가/수수료를 내린다는 소문
이건 소문이지만 우정사업본부에서 택배수수료를 내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접수받을 때 받은 돈에서 몇 %만큼의 돈을 위탁배달원들한테 준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체국 택배 수수료가 약 1000원이라고 합니다
개인이 우체국에서 택배를 부칠 때, 4000원(최저 금액)이라고 하면 이는 25%에 해당하는 금액이죠
우정사업본부에서 25%의 돈을 위탁배달원들한테 주지는 않을 것 같으니, 결국 택배수수료가 떨어지죠
어떤 사람은 무거운 건 5000원, 6000원까지도 하니 수수료가 오를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지만..
전 그 생각에 회의적이네요
왜냐하면 그러려면 무게를 정확하게 달아야 하는데, 택배일 하면 알겠지만 무게가 정확하게 쓰인 게 없거든요
20kg 쌀이 2kg로 쓰여서 오는 곳인데, 수수료가 오를까요?
그리고 우체국도 계약업체를 잡기 위해 계속 요금을 낮춰서, 결국 요금이 하향 평준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택배사보다 넓은 구역을 , 적은 수수료로, 무거운 택배만 배달하게 됩니다
내년까지 무슨 대책이 없다면 위탁배달원분들 상황이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우체국 위탁배달원이나 다른 택배기사나 비슷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본인 상황에 맞게 고르면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월급 액수보다는 정해진 날짜에 제때 받는걸 더 중요시 여긴다면, 우체국 위탁배달원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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